한 달 전, 유빌라테 홈페이지에 와서 새로운 성가집들과 거기에 담겨져있는 곡들을 보고 듣던 중 찬양 부흥회에 대한 공지를 보았습니다. 지휘로 사역을 시작한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은 초보 지휘자인 저에게 꼭 필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없이 신청하였고,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이틀 모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이 부흥회를 통해 많은 은혜를 받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둘째 날 차영회 교수님께서도 왜 굳이 부흥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셨다는 느낌이 저에게도 동일하게 와닿았습니다. 서형일 편집장님 말씀대로 지휘자인 제가 먼저 은혜 받고 선곡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찬양대원들도 곡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고, 그것이 곡에 대한 대원들의 은혜와 확신으로 연결될 때 찬양대가 드리는 찬양이 회중들에게 더 은혜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공감하며, 양일간의 부흥회가 바로 그 첫걸음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더구나 실력이 뛰어난 지휘자님들이 많이 오신 덕에 초견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찬양드렸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공이 음악과는 무관하여 함께 하모니로 노래할 기회가 전무하다 싶었던 저에게 수백명의 지휘자님들과 함께 드린 은혜의 찬양은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을 것입니다.

또한 음악적으로는 물론 신앙적으로도 모범을 보여주실 만한 선생님들께서 이끌어주신 강의는 과연 음악이라는 것이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이 아닌,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한 도구로써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점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 '십자가 이야기'의 리딩 세션을 맡아주신 김명엽 선생님 강연 시간에는 찬양하는 내내 너무나 눈물이 나고 목이 메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까지 하였습니다.

찬양을 드릴 때 찬양대 생각이 나는지 서 편집장님께서 물으셨었죠? 저는 이제 지휘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수도 있지만 찬양대를 지휘하는 것에 대한 큰 기쁨과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일이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얼마 못 갈 것을 잘 알기에 은혜로 감당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늘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저는 음반을 듣거나 이렇게 세미나에 참석하여 찬양을 드릴 때 찬양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참 좋은 찬양을 들으면서 '아 이 곡은 우리 찬양대원들과 함께 찬양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제가 맡은 찬양대는 여러가지로 많이 연약합니다.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단순히 찬양대원으로 섬길 때에는 몰랐던 그 고충들과 환경적 열악함이, 지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고스란히 피부로 전해져 옵니다. 찬양곡들을 듣다가, 그리고 새로 받은 유빌라테 25집을 불러보고, 부르지 않은 곡들은 눈으로 훑어보다가, 이 곡은 이래서 힘들겠고 저 곡은 저래서 우리 찬양대에서는 못하겠고... 그러다보니 소위 '우리 수준에서 할 만한 곡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물론 유빌라테 25집에 수록된 곡들이 좋지 않다거나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도 않고요. 그냥 찬양대의 환경적 한계로 인한 지휘자의 고충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찬양대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계속 유지해 두시려는 담임목사님, 그리고 어떤 전문합창단 못지 않은 열정과 신앙으로 뭉친 찬양대원들, 찬양대의 찬양을 통해 은혜받았다는 말씀을 꼭 해 주시는 몇몇 성도님들을 보면 그 안타까움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감사하게도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찬양대에 인원을 더 보내주셨고요.

어쨌거나, 저는 벌써부터 유빌라테의 하계 세미나가 기다려집니다. 그 때에는 제가 아는 다른 지휘자님들과 함께 참석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이틀 동안 혼자 앉아있었더니 밥 먹을 때 좀 심심하더군요 ^^

아, 그리고 더욱 발전하는 세미나, 천명 이상이 와도 운영될 수 있는(^^) 세미나가 되기 위해 몇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적고자 하니, 좋은 의도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고, 저와 다른 의견이시라면 너그럽게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우리 세미나가 더욱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미나 참가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천원도 괜찮고 만원도 괜찮습니다. 그저 식사 한 끼, 커피 몇 잔 줄이면 될 만한 부담없는 금액 정도는 오히려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참여하는 세미나의 가치는 무가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미나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참여하신 일부 소수의 분들께서 무의식 중에 세미나의 가치 또한 무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만 받아가는 분, 나눠주지도 않은 간식을 임의로 뜯어서 가져가는 분, 질서를 지키지 않는 분, 등록에 대한 최소한의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그냥 오시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세미나에 진정으로 참석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금액은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Stan 교수님의 시간입니다. 교수님께서 전달하여 주신 내용과 함께 드린 찬양은 너무나 큰 은혜가 되었음에는 분명합니다. 먼 곳에서 오셔서 조금은 열악한 장소에서 진행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셨고요. 단지 아쉬웠던 것은 언어적인 한계에서 오는 부분입니다. 언어적인 한계가 있다면 강의의 형식이나 내용 또한 그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간적으로도 Stan 교수님께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는데, 할당된 시간의 길이는 차치하고, 언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이론적' 내용이 Stan 교수님 시간에 제일 많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언어적 한계가 있다면 이론적 전달보다는 실습 위주의 시간으로 편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글을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지고 간혹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할만한 내용도 들어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틀간 보이는 곳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신 유빌라테 서 편집장님과 다른 스태프 분들! 편치 않은 환경 속에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아무쪼록 다음 세미나에서도 뵐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기를 기도합니다.